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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일까? 직업일까? 엘란에 빠진 중고차딜러
작성일 : 2019-09-27 조회수 4056
안녕하세요. (차)에 대한 (차)이를 만드는 (차)차차 차기자입니다.

특별한 차와 특별한 인연이 이어지는 KB차차차. 오늘은 국내에서 최초로 스포츠카 시대를 연 기아 엘란과 엘란에 푹 빠진 중고차 딜러이자 마니아인 지윤석님을 차기자가 만나보았습니다. 기아 엘란과 함께 생활하고, 엘란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는다는 경력 12년 차의 베테랑 중고차 딜러와 엘란 사이에 과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까요?


기아 엘란과 지윤석 딜러

기아 엘란은 어떤차?

기아 엘란은 지난 1996년 처음 등장한 우리나라 최초의 스포츠카입니다. 2인승 컨버터블 차체에 육감적인 디자인이 매력적이죠. 엘란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경량 설계에서 비롯된 뛰어난 핸들링 성능과 백본 프레임에 기반한 독특한 섀시 등 이전까지의 국산차와는 확연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아 엘란 [출처: 기아자동차]

사실 기아 엘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기아자동차는 영국의 소규모 스포츠카 회사 ‘로터스’에 신차개발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맡기며 인연을 맺었는데요.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 한 기아자동차는 ‘로터스 엘란’이 마침 단종한다는 소식을 듣고 생산설비와 그 권리를 사와서 생산하게 됩니다. 물론 로터스 엘란과 기아 엘란이 완전히 같지만 않습니다. 외관부터 소소한 차이가 나죠. 기아 엘란은 클리어타입 리어램프를 장착해 1990년대 세련된 감성을 구현했습니다.


크레도스와 세피아에 탑재한 1.8L T8D를 엘란에도 적용했다

이스즈 1.6L를 탑재한 로터스 엘란과 달리 기아 엘란은 세피아와 크레도스에 탑재된 1.8L DOHC를 얹었습니다. 스티어링 휠을 비롯한 실내 부품도 기존 기아 승용차의 것을 주로 활용했지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7.4초, 최고시속 220km의 고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엘란의 스포츠 드라이빙 감성을 물려받은 스팅어

신차의 판매 가격은 약 2,700만원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중형차의 2~3배 수준으로 요즘 물가로 따지면 약 7,000만원에 육박하는 셈입니다. 세컨드카 개념이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값비싼 2인승 컨버터블 수요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결국 엘란은 1999년까지 1,000여 대를 생산하고 단종하게 됩니다. 신차로 팔리던 1990년대 후반에도 보기 드물었던 것은 물론이며, 단종 이후에는 사고, 폐차, 수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개체수가 줄면서 더욱 희귀해졌습니다. 작고 육감적인 디자인과 국내 최초의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여전히 마니아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내 유일 엘란 전문 중고차 딜러


엘란 전문 딜러 지윤석


중고차 딜러 지윤석님은 KB차차차에서 기아 엘란을 전문으로 매매하고 있습니다. KB차차차에 등록된 여러 대의 엘란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소유죠. 흰색, 진주색, 빨간색, 보라색 등 현재 보유한 엘란의 색상도 다양합니다. 그가 처음부터 엘란에 관심을 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중고차 딜러가 된 것도 아주 의외의 계기로 시작됐죠.

Q. 어떻게 중고차 딜러가 되었나요?

A. 10여 년 전만 해도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아카디아를 타고 온 지인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아카디아는 1990년대 출시한 대우자동차의 플래그십 세단입니다. 유려한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주행 감각에 매료되어 지인의 차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아카디아 동호회 활동을 지속하다가 중고차의 매력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중고차 딜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기아 엘란의 클리어타입 리어램프


Q. 엘란 마니아로 입문한 계기는?

A. 어느 날 중고차를 수출하시는 분이 “엘란을 매입했다”라며 저에게 팔아달라고 요청을 하시더군요. 엘란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중고차가 아닌 까닭에 국내에서 판매하고자 저에게 연락한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저는 자동차에 그리 해박하지 않았습니다. 엘란이라는 이름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일단은 이차에 대해 아는 게 없으니 위탁판매 형식으로 가져오게 됐죠. 모르는 중고차에 섣불리 접근했다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는 노릇이니까요. 참고로 위탁판매란 직접 매입하지 않고 판매했을 시 수수료만 받는 거래 방식입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비슷하지요. 희귀한 차량의 경우 종종 이런 방식으로 거래됩니다. 중고차 딜러는 희소차 거래에 따르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판매자는 더 높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런데 제가 일하는 중고차단지로 이동하는데 운전을 하면 할수록 재미가 있고 보면 볼수록 예쁘더군요. 목적지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이미 엘란에 완전히 빠진 뒤였습니다. 수출하시는 분에게 이 차 제가 타겠다며 말씀드리고 바로 명의를 이전했습니다. 그게 엘란과 저의 역사적인 첫 만남이었습니다.


특징적인 리트렉터블 헤드램프

Q. 여러 대의 엘란을 거치셨다고 들었습니다

A. 네 맞습니다. 사실 첫 엘란은 너무도 우연히 제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한눈에 꽂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그런데 그 콩깍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차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여러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죠. 전차주가 오디오 튜닝을 하면서 도어트림을 크게 훼손했고 에어컨 냉풍이 약해 여름이 되니 너무 더워서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얼마 뒤에 차를 싸게 팔고 상태가 좋은 새로운 엘란을 찾아 나섰죠. 엘란에 대한 경험이 조금이나마 쌓이고 나니, 보다 깐깐한 기준으로 차를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갖고 온 엘란은 흰색 순정상태였습니다. 외관이 약간 험했지만 약간만 손보면 아주 깔끔해질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입양하게 됐죠. 그 차는 제 성능을 충분히 발휘해주었습니다. 시속 200km도 안정적으로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전체도색을 깔끔하게 마치고 나니 새 차가 부럽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엘란은 길 위에서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지붕을 열고 주행을 하던 중 고급 벤츠 한 대가 제 뒤를 쫓아오더군요. 상향등을 켜고 손짓을 하며 제 차를 세운 그 벤츠 운전자는 이 차를 자신에게 팔라며 말씀하셨죠. 그분은 엘란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분인 것 같았습니다. 차를 많이 살펴보지도 않은 채 원하는 금액을 준다고 말씀하셨죠. 그렇게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제 두 번째 엘란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자가용으로 타던 진주색 엘란(우측)은 사고로 앞부분이 파손돼 수리중이다


 Q. 구하기 힘든 엘란을 많이 보유한 비결은?

A. 엘란을 팔려는 분들이 KB차차차에 올린 제 매물을 보시고 저에게 매매를 의뢰하십니다. 엘란을 매입을 꺼리는 중고차 딜러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엘란을 전문으로 거래하는 딜러에게 매매를 의뢰하는 듯합니다. 저는 보유한 엘란 부품과 수리 노하우가 많은 편이어서 유지보수에 대한 도움도 드리고 있습니다. 취미로 접한 엘란이 제 직업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Q. 현재 운행하는 엘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나요?

A. 지금 타는 엘란은 예전에 동호회 지인이 소유했던 차입니다. 오늘 촬영에 끌고나온 보라색 엘란은 사실 제 자가용이 아닌 판매 목적을 위한 차입니다. 제 자가용 엘란은 진주색이에요. 제 차를 처음 보았을 때 상태가 아주 좋았었죠. 그러다 여러 주인을 거치며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한 상태로 동호회 판매 게시판에 올라왔죠. 그때 차 상태가 말이 아니었던 터라 완벽한 복원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장착된 휠이 무척 멋있다는 스스로의 핑계를 만들어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6개월 동안 복원에 투자했습니다. 도색, 인테리어, 전장, 파워트레인 등 이전 차주가 관리하지 못한 부분을 정성스레 매만졌죠. 그렇게 만족스러운 상태로 끌어올린 뒤에야 저의 즐거운 발이 될 수 있었습니다. 와인딩 로드에서 즐기는 드라이빙 쾌감과 오픈톱이 선사하는 상쾌함은 그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행복감이었습니다.


조수석 문을 열면 컨버터블 수납함을 개폐하는 버튼이 보인다


상당수 엘란이 애프터마켓 스티어링 휠을 장착하고 있다


Q. 중고 엘란을 구입할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A. 유지보수가 쉬운 편이 아닌 만큼 부품수급을 고려해 살피면 좋습니다. 다른 컨버터블 차량도 마찬가지겠지만 소프트탑을 특히 중점적으로 살펴보세요. 소프트톱은 신품 기준 약 400만원에 달합니다. 애프터마켓에서 소프트톱 패브릭만 신품으로 주문하면 약 150만원입니다. 단일 부품으로는 가장 비싼 편에 속하죠. 패브릭의 컨디션과 패브릭과 측면 유리가 맞닿는 고무씰의 컨디션이 좋아야 합니다. 또한 히터가 약한 차도 수리가 어렵다는 점을 아시면 좋습니다. 따듯한 열을 공급하는 엘란의 히터코어는 현재 신품으로 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른 차에서 이식하기도 까다로운 탓에 무조건 복원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히터코어 수리를 하려면 대시보드를 전부 분해해야 하므로 공임도 비쌉니다. 이 밖에도 구하기가 어려운 부품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일부 엘란 동호회 회원들은 직접 부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실내 부품을 만들어 다른 회원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니까요.



Q. 엘란 중고차의 매력은?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엘란은 오픈톱이 선사하는 개방감과 가벼운 차체가 만들어낸 뛰어난 드라이빙 감성이 일품인 퓨어 스포츠카입니다. 또한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어서 구입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비록 유지보수는 까다롭지만 접근 자체는 쉬운 편입니다. 엘란을 경험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연락해주세요. 엘란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엘란의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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