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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줄어드는 경차… ‘경차 붐’은 올 수 있을까?
작성일 : 2019-06-26 조회수 1593
경차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1991년 국민차 보급 정책의 일환으로 탄생한 뒤 IMF 경제 위기를 거치며 성장한 경차는 서민의 발이자 가장 경제적인 차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경쟁상대가 등장하면서 경차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경차 판매 감소세는 실제 판매량으로도 드러난다. 올해 1~5월 경차 판매량은 5만78대로, 전년 동기 5만3,509대 대비 6.4% 감소했다. 신형 모닝 출시로 경차 판매가 활발했던 2017년 같은 기간 판매량 6만1,525대와 비교하면 2년 새 18.6%나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도 지속적인 수요가 있는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를 제외하면 승용 모델의 판매량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경차 판매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출처: 기아자동차]

경차 판매량 1위인 기아 모닝은 출시 첫해인 2017년 월평균 5,592대 팔렸지만, 2018년에는 월평균 4,920대로 줄더니, 올해 1~5월에는 평균 4,118대로 주저앉았다. 올해부터 경차의 취득세 및 등록세 감면 제도가 축소되는 등 경차 구매 시의 이점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이러한 이유만으로 신차 시장에서의 경차 선호도 감소 원인을 찾기는 어렵다. 한때는 시장 점유율이 25%에 달했던 경차가 어쩌다 쇠퇴기를 맞이하게 됐을까?


예전 같지 않은 경차의 경제성


경차가 싸고 경제적이라는 건 옛말이다 [출처: 한국GM]

알다시피 경차의 가장 큰 강점은 경제성이다. 경제성을 위해 다른 요소들을 극단적으로 희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4년부터 경차 구매 시 취득세와 등록세 면제, 책임보험료 할인, 고속도로 및 유료도로 통행료 50% 할인, 공영주차장 할인 등 장려책이 시행되면서 경차는 경제성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제적 이점들을 많이 상실한 모양새다. 우선은 장기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효율성 측면에서 경차의 우위가 약해졌다. 게다가 디젤차, 친환경차는 물론 최근에는 중형급 승용차에도 고효율 파워트레인이 탑재되면서 이른바 ‘경차급 연비’의 중형차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경차 가격 또한 꾸준히 오름세다. 기아 모닝과 레이의 풀옵션 가격은 각각 1,685만 원, 1,715만 원이다. 쉐보레 스파크 역시 풀옵션 가격은 1708만원에 달한다. 준중형 세단이나 소형 SUV까지도 넘볼 수 있는 가격이다. 경차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은 일본이나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에서 경차급 차량을 생산하는 유럽에 비하면 국산 경차는 인건비가 비싸고 수익성이 낮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경차보다 유지비가 적게 들고 실용적인 전기차 [출처: 현대자동차]

무엇보다 경제성 측면에서 경차의 지위를 크게 위협하는 건 다름 아닌 전기차다. 전기차는 강력한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매년 두 배씩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신차 가격은 보조금 수령 시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으로 경차보다 비싸다. 하지만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충전 비용 덕분에 실제 유지비는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고속도로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등 기존에는 경차만 누릴 수 있었던 다양한 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반면 경차보다 훨씬 넉넉한 차체와 실내 공간, 두 배 이상 강력한 성능 등 경차의 단점을 만회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 향후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거나 보다 저렴한 소형 전기차가 출시될 경우 경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대는 경차에게 등을 돌렸다


자동차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출처: 기아자동차]

경차의 경제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본질적으로는 격변하는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정체된 경차 시장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시판 중인 경차는 기아 모닝, 레이, 쉐보레 스파크, 다마스, 라보 등 5종이다. 이 중 가장 늦게 출시된 차는 기아 레이. 2011년 12월에 처음 출시됐다. 다섯 모델 모두 크고 작은 변화를 겪기는 했지만 해치백 2종의 양강 체제에 박스카 1종, 경상용차 2종이라는 시장 구성은 8년째 그대로다. 그 사이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는 셀 수도 없이 바뀌었다. SUV와 크로스오버가 시장의 대세로 등극했고, 파워트레인 부문에서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미래의 주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국 경차 시장은 이러한 트렌드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하다.


카셰어링은 젊은 층의 신차 수요를 억제한다 [출처: 쏘카]

소비자도 변화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소비자는 경차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과거에는 자주 차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유지비가 저렴한 경차를 생애 첫차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매 자체에 부정적이다. 도시 거주 비율이 높아져 대중교통으로 대부분의 이동을 소화할 수 있고, 행여나 차가 필요할 때는 30분 단위로 빌릴 수 있는 카셰어링을 이용하면 그만이다. 크고 작은 비용이 잔뜩 발생하고 주차마저 부담스러운 자가용 자동차는 이들에게 ‘애물단지’나 다름없다. 기왕 자동차를 구입한다면 많은 것을 타협해야 하는 경차보다는 좀 비싸더라도 취향에 맞는 소형 SUV나 수입차를 구입하겠다는 게 젊은 소비자들의 인식이다. 결국 ‘경제적이고 저렴한’ 경차를 찾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딜레마에 빠진 경차, 부활할 방법은?


경차는 여전히 경차만의 매력이 있다 [출처: 기아자동차]

이쯤 되면 “자동차 회사들은 여태껏 뭐 했나?” 의문이 들 만도 하다. 물론 그들도 사정은 있다. 한국은 경차 시장이 그리 크지도 않은 데다 차가 작아 수익성도 낮다. 게다가 배출가스, 안전기준 등 요구 수준은 높아져 이미 한계까지 쥐어짠 현재의 경차 라인업을 유지하기도 벅차다. 결국 시장 트렌드와 동떨어지니 판매가 줄어들고, 판매가 줄면 수익성이 낮아져 신차 개발이 어려운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셈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우리는 경차가 고사(枯死)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까? 그러기엔 경차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쾌적한 이동’이라는 자동차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차이자, 가장 부담 없이 카 라이프에 입문할 수 있는 첫 계단과도 같다. 가장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형태로 운전의 즐거움과 ‘내 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바로 경차다.


스즈키 짐니는 컬트적인 인기로 수출까지 이뤄진다 [출처: 스즈키]

일각에서는 경차 규격을 완화해야 한다거나 경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경차의 자생력을 끌어올리지 않고 지원만 늘리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그보다는 경차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가장 참고할 만한 게 일본 경차 시장이다. 일본 자동차시장에서 경차의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차고지 증명을 면제받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해치백, 박스카, SUV, 스포츠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이 판매돼 소비자들이 용도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폭넓은 라인업은 비단 소비자에게만 이득이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작은 경차에 보다 높은 가격을 매겨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서로에게 윈-윈(win-win)인 셈이다.


크로스오버 분위기를 살린 피칸토 X-라인, 스파크 액티브 [출처: 기아자동차, GM]

당장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 이미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는 해외 시장에서 크로스오버 가지치기 모델을 내놓고 있다. 기아는 유럽에 피칸토(모닝의 수출명) X-라인을, 쉐보레는 미국에 스파크 액티브를 판다. 전장과 전폭 제한을 조금 넘지만 약간만 손보면 얼마든지 국내 판매가 가능하다.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제조사에게는 좀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 더 나아가서는 경차의 저변을 넓혀 줄 신모델 투입이 절실하다. 다행히 국산 브랜드가 경형 SUV 개발을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SUV 외에도 새로운 경상용차나 레이를 대체할 박스형 경차 후속도 기대해볼 만하다. 까다로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신차가 출시된다면 ‘경차 르네상스’를 꿈꾸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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