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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플래그십 세단 항로를 틀다 G90 3.3T 시승기
작성일 : 2019-02-21 조회수 5167



제네시스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 G90

국내 최고 플래그십 세단이 디자인과 차명을 갈아엎고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공식 출범한 시점은 2015년 11월. 그사이 세 종류의 세단 라인업을 갖춰뒀지만,엠블럼을 제외한 디자인의 연관성은 상당히 적었다. 제3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 차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 이는 오래전부터 현대자동차의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이다. 디자인의 방향성이나 통일성이 어떤 시점을 계기로 매번 바뀌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브랜드 가치와 헤리티지를 유지해야 하는 럭셔리 브랜드로는 꽤 치명적인 단점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적을 받아오던 제네시스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유의 패밀리 룩을 확실히 더한 채 말이다. 비로소 제네시스가 진정한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제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게 맞다.
 



제네시스 브랜드 정식 출범을 알린 첫차, EQ900


뉴그랜저 테일램프가 연상되는 G90

제네시스 EQ90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서막을 올린 첫 번째 차였다. 브랜드 출범을 기념하는 차라는 의미가 컸지만, 출시 직전까지도 차 이름을 결정하지 못하는 등 브랜드 전략이 매끄럽진 못했다. 결국 현대자동차는 에쿠스에서 따온 알파벳 EQ와 차명을 구분하는 숫자 900을 합쳐 EQ900이란 이름표를 달고 한국 시장에 출시했다. 폭발적인 초기 반응을 거치고 나서는 꾸준히 판매됐다. 모두가 알다시피 고객 대부분은 기업의 임원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산차를 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EQ900은 과감한 모험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갖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였다. 새롭게 바뀐 디자인도 충격적이지만, 차명까지 G90로 바꿔 달았다. 그동안 현대자동차의 행보가 상당히 보수적이었음을 감안해볼 때 정말이지 놀라운 변화다.


독특한 형상의 크레스트 그릴이 존재감을 키운다

특히 전면부와 후면부는 이전과 다른 브랜드의 차로 보인다. 독특한 형상의 크레스트 그릴이 존재감을 키우고 LED 바가 가로지르는 헤드램프가 보조를 맞춘다. 후면부는 LED 리어램프가 차 전체를 덮을 정도로 차지하는 면적이 넓다. 미국식 럭셔리 세단의 감성이 적잖이 스며들었다. 리어램프 사이에는 엠블럼을 대체하는 제네시스 레터링이 놓였다. 영국 브랜드에서나 시도하던 과감한 디자인이다.


LED 방향지시등은 점등 범위가 넓다

페이스리프트 특성상 측면부는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기하학적 형상의 디쉬 타입 휠, 펜더에 자리한 장식이 전부다. 헤드램프를 가르는 LED 방향지시등은 점등 범위가 넓은 덕분에 기능성과 심미성 모두 뛰어나다.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면 뒤에 따라오는 차가 적극적으로 양보하는 진귀한 경험도 할 수 있다.
 



내실 끌어올린 인테리어 품질


실내는 내실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실내에 들어서자 담백한 우드 트림이 시선을 빼앗는다. 반짝거리는 우드 트림보다 나무의 결이 한층 더 살아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죽과 플라스틱을 비롯한 내장재는 1억원의 찻값에 걸맞은 품질을 확보했다. 한편 의식하지 않으면 알기 힘든 몇 가지 변화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제네시스 전용 쿠퍼 GUI로 바뀌었고, 센터페시아 상단에 위치한 버튼은 더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달라졌다. 아울러 헤드레스트와 아날로그 시계, 센터 콘솔 등 실내 곳곳에 제네시스 로고가 새겨져 있다.


뒷좌석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뒷좌석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뒷좌석 탑승객의 전방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다분히 뒷좌석 중심의 차답다. 레그룸은 넓다 못해 광활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착좌감이 그리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다. 경쟁 모델인 S클래스는 편안하게 몸을 감싸주는 느낌을 전달하는 데 반해 G90는 시트에 얹혀가는 느낌이 든다. 물론 BMW 7시리즈보다는 훨씬 안락하지만 말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주행 질감 크게 달라져


파워트레인은 기존의 V6 3.8L, V6 3.3L 터보, V8 5.0L를 사용한다


실내 마감도 꼼꼼하고 단차도 느끼기 어렵다

엔진은 이전과 같은 V6 3.8L, V6 3.3L 터보, V8 5.0L 세 가지다. 이와 함께 맞물리는 8단 자동변속기 역시 동일한 현대 파워텍제. 시승차는 3.3 터보에서 가장 높은 트림인 프레스티지(1억 1,388만원)다. 엔진 시동을 걸자 익숙한 소리가 잠깐 들렸다가 사라진다. EQ900 때도 느꼈지만, 실내에서 느껴지는 소음과 진동은 전혀 없다. 시동이 걸렸단 사실을 알 수 있는 장치는 유일하게 계기판의 RPM 게이지뿐이다. 오른발에 힘을 주자 매끄럽고 여유롭게 속도를 올린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의 성능은 결코 가볍지 않은 2,165kg의 차체를 발진시킨다.


달려야 할 때는 제법 잘 달린다


변속 패턴, 동력 배분, 서스펜션 강도, 스티어링 무게를 각각 설정할 수 있다


시승차에 탑재된 유압식 서스펜션은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조향 감각은 국산차로는 이례적으로 상당히 묵직한 편에 속한다. 이 역시 주행 모드에 따라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사뿐하게 도로를 떠다니지만, 노면 요철이 클 경우 가끔 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차의 주행 속도를 올려도 거동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노면 요철이 클 경우 가끔 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한국 최고의 고급 세단을 표방하는 차답게 ADAS도 만재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 유지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전방 추돌 방지 보조, 후측방 및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 안전 하차 보조
등 종류를 헤아리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하다. 베테랑 운전자처럼 능숙하게 운전자를 보조해 가며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비싼 찻값에도 불구하고 EQ900은 지난 4년간 충실히 제 영역을 구축했고, 국산 최고 플래그십 세단 왕좌를 G90에 물려줬다. 차 자체의 상품성과 완성도가 높은 건 분명하다. 충분한 가치를 증명했고 이제는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가치관도 제시하고 있다. 혹시 모른다. G90도 G70처럼 떡 하니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곳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될 날이 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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