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엔진은 다운사이징과 과급기의 발달로 엔진의 배기량과 피스톤 개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미국 자동차 문화를 대표하며 넉넉한 배기량과 실린더를 바탕으로 높은 출력을 미덕으로 삼던 머슬카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어요.
점점 작아져 가는 엔진 트렌드 속에 대배기량 V8 엔진을 장착한 조금은 특별한 스포츠카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미국 DNA가 가득 담긴 유럽산 스포츠카인데요.
해외 자동차 매체에서 선정한 유럽과 미국의 콜라보레이션 스포츠카 TOP 10을 소개해드립니다.
| 10. JENSEN INTERCEPTOR
10위는 젠슨의 인터셉터로 긴 보닛과 패스트백 디자인의 후면이 매력적인 4인승 GT(Gran Turismo)입니다.
1966년 선보인 인터셉터는 크라이슬러의 V8 6.2L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60.8kg·m를 발휘했어요.
이후 1971년에는 배기량을 키운 V8 7.2L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젠슨 인터셉터는 넉넉한 배기량을 바탕으로 최고속도는 217km/h에 달했고 0→97km/h까지 가속 시간은 6.4초예요.
| 9. AC BROOKLANDS ACE
다소 게슴츠레한 인상의 브룩랜즈 에이스는 영국의 자동차 제조사 AC가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입니다.
포드의 V8 4.9L 슈퍼차저 엔진을 사용해 최고출력 325마력을 발휘하고 0→100km/h까지 가속 시간은 6.2초에 불과했어요.
브룩랜즈 에이스는 출력은 훌륭하지만 뒤떨어지는 외모와 8만 파운드(약 1억1,750만원)의 가격표로 대중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1993년에 출시해 2000년 단종 때까지 채 100대를 팔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8. ALLARD J2
알라드 J2는 미국 엔진을 장착한 최초의 영국 자동차 중 하나입니다.
1950년 처음 출시한 J2는 당시 포드 파일럿에 장착되는 V8 3.6L 엔진을 사용했어요.
이 엔진은 최고출력 85마력을 발휘했고 이후 110마력을 내뿜는 V8 4.4L 머큐리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미국으로 수출된 J2는 엔진이 없는 상태로 보내져 구매 고객의 선택에 따라 올즈모빌, 캐딜락, 크라이슬러 등의 엔진을 장착해 판매했어요.
| 7. ISO GRIFO
이소의 그리포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디자인 회사인 베르토네의 디자인과 쉐보레의 V8 5.4L 엔진이 장착된 이탈리안 머슬카입니다.
유려한 디자인과 강력한 힘의 조화가 돋보이는 모델이죠.
그리포의 탄생 배경에는 페라리가 연관돼 있습니다.
자신들이 만들던 이세타를 무시한 엔초 페라리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던 이소는 절치부심하며 300마력을 발휘하는 스포츠카를 출시했어요.
1963년 출시한 그리포는 최고속도 259km/h를 달성하며 당시 가장 빠른 양산차 기록을 세우며 복수에 성공합니다.
1965년부터는 1974년 단종 때까지 포드의 V8 5.8L 엔진과 쉐보레의 V8 7.4L 엔진 등 다양한 미국산 엔진을 사용했습니다.
| 6. De TOMASO PANTERA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데토마소의 가장 큰 히트작인 판테라가 6위에 올랐습니다.
판테라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인 회사인 기아(Ghia)의 톰 차르다(Tom Tjaarda)가 담당했어요.
당시 이탈리아 디자인의 정수가 담긴 판테라는 포드의 V8 5.8L 클리블랜드 엔진이 장착됐습니다.
최고출력 330마력을 발휘하는 이 엔진은 0→97km/h까지 5.5초면 충분했죠.
요즘의 슈퍼카와 비교하면 뒤처지는 기록이지만 판테라의 첫 출시가 1971년으로 50여 년 전 자동차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성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71년 출시해 1993년 단종 때까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7,000여 대가 팔리며 데토마소의 전성기를 이끌었어요.
| 5. AC COBRA
AC는 브룩랜즈 에이스로 쓴맛을 보기 전인 196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카를 만들었습니다.
미국 엔진을 사용한 영국 자동차 중 가장 유명한 차라고 말할 수 있는 코브라예요.
쉘비 코브라(Shelby Cobra)라는 이름이 더 유명한 코브라는 포드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캐럴 쉘비와 AC가 만나 만든 스포츠카입니다.
레이서로서 많은 차를 경험한 쉘비는 유럽의 조종 감각과 미국의 V8 엔진을 조합한 차를 제작하기 원했고 마침 AC가 엔진 공급자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이후 AC와 협력해 AC 코브라를 선보였어요.
프로토타입에는 포드의 V8 3.6L 엔진이 장착됐지만, 코브라에서 가능성을 본 포드가 V8 4.2L 윈저 엔진을 공급해 1962년 AC 260 코브라를 완성합니다.
이후 1963년엔 V8 4.7L 엔진을 장착한 289 코브라를, 1965년엔 V8 7.0L 엔진을 장착한 427 코브라를 선보입니다.
AC 코브라 427은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1965년 GT 컨스트럭터 월드 챔피언에 오르는 등 모터 스포츠계에 굵직한 인상을 남겼어요.
| 4. GORDON KEEBLE
고든 키블의 차명은 창업자인 존 고든(John gordon)과 짐 키블(Jim Keeble)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고든 키블은 베르토네의 디자인이 적용된 유리섬유 차체와 영국제 섀시, 최고출력 300마력을 발휘하는 쉐보레 V8 5.4L 엔진이 적용됐어요.
이탈리아, 영국, 미국의 장점을 조합한 고든 키블은 아쉽게도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회사가 폐업하면서 총 99대만 생산됐습니다.
| 3. MONTEVERDI HIGH SPEED
스위스 출신의 자동차 제조사 몬테베르디는 1960년대 후반 페라리와 경쟁할 수 있는 고출력 모델을 선보입니다.
최고출력 375마력을 내뿜는 크라이슬러의 V8 7.2L 엔진을 장착한 하이스피드는 4도어 세단과2도어 쿠페 모델로 출시했어요.
하이스피드는 차체 제조사에 따라 두 가지 시리즈로 구분됩니다.
1967~1968년까지는 피에트로 프루아(Pietro Frua)가, 이후 1976년 단종되기 전까지는 카로체리아 피소레(Carrozzeria Fissore)가 제작을 담당했어요.
| 2. FACEL VEGA
프랑스 군용 항공회사 브론자비아(Bronzavia)의 자회사로 시작한 FACEL(Forges et Ateliers de Constructions d' Eure-et-Loir의 약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고급차 라인업의 부재를 느끼고 미국산 엔진을 얹은 차를 선보였습니다.
1954년 선보인 베가 FVS는 최고출력 180마력을 발휘하는 크라이슬러의 V8 4.5L 헤미(Hemi) 엔진을 장착했어요.
최고속도는 190km/h, 0→97km/h까지 소요 시간은 10초로 당시로서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습니다.
이후 V8 5.4L, V8 5.8L 엔진을 거쳐 베가의 최후기형 모델인 HK500은 V8 6.2L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360마력, 최고속도 236km/h를 낼 수 있었어요.
1. BIZZARRINI 5300 GT STRADA
대망의 1위는 페라리 출신의 엔지니어이자 람보르기니 슈퍼카의 탄생(350GT, 1964)을 함께하는 등 슈퍼카 역사에서 유명한 지오토 비자리니(Giotto Bizzarini)의 작품입니다.
1964년 출시한 5300 GT 스트라다는 쉐보레의 V8 5.4L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39.3kg·를 내뿜으며 최고속도는 280km/h, 0→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7초 이내로 요즘 나오는 고성능 차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보여줬어요.
이후 출시한 모델에는 V8 7.0L 엔진을 사용해 출력을 높였고 1965년 르망에서 동급 1위, 전체 9위라는 준수한 성적도 남겼습니다.
5300 GT 스트라다는 1964년 첫 출시 후 4년간 총 133대가 제작됐고 그중3대는 스파이더 버전으로 만들어졌어요.
지금까지 미국산 V8 엔진을 얹은 유럽산 스포츠카 TOP 10을 확인해봤습니다.
AC 코브라 같은 눈에 익은 모델도 있고 몬테베르디 하이스피드 같은 제조사조차 생소한 모델도 있는데요.
한 가지 재미난 사실은TOP 10에 오른 모델 중 대부분이 1960년대에 제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 자동차 매체는 비자리니의 5300 GT 스트라다를 1위로 뽑았지만 포스트 지기의 눈에는 이소의 그리포가 1위에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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