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럭셔리 혹은 슈퍼카 브랜드를 이야기할 때 보통 유럽 브랜드를 먼저 떠올립니다.
많은 럭셔리 브랜드가 유럽 태생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동차 산업의 큰 획을 그은 미국에 럭셔리 브랜드가 없을 리 없습니다.
자동차 역사를 살펴보면 듀센버그, 패커드, 뷰익 등 시대를 풍미한 아메리칸 럭셔리도 참 많습니다.
다만 지금은 대부분 사라져 캐딜락과 링컨 정도만이 미국 럭셔리카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죠.
전통의 럭셔리카 브랜드인 캐딜락과 링컨은 사실 과거에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고급차보다는 드넓은 북미 대륙에 특화된 럭셔리카를 주로 만들었습니다.
큰 차체와 출렁출렁한 서스펜션, 연비에 신경을 쓰지 않은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은 한때 미국차의 상징이기도 했죠.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아메리칸 럭셔리카도 세계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캐딜락은 2000년대와 2010년대 특유의 에지 스타일을 적용한 CTS와 STS, SRX 등을 선보이며 글로벌 럭셔리카로 발돋움했고, 2016년 에스칼라 콘셉트로 디자인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2016년 LA오토쇼에서 선보인 에스칼라 콘셉트는 이전 디자인과는 또 다른, 이후 나올 새로운 캐딜락의 디자인 모티브가 되었죠.
커다란 그릴과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에 실내는 과거보다 한층 고급스럽고 미래적인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는 캐딜락의 신세대 SUV들에도 그대로 이식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에 출시한 XT5는 젊은 캐딜락이라는 변화에 맞춰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심어줬습니다.
이후 대형 SUV XT6와 입문형 모델인 XT4까지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지요.
캐딜락 변신의 선봉장에 섰던 XT5는 최근 부분변경 모델로 상품성을 더 끌어올렸습니다.
캐딜락이 보여주는 ‘럭셔리 미국차’가 얼마만큼 달라졌는지 직접 확인해봤어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앞쪽에서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범퍼를 늘리거나 헤드램프 디자인을 바꾸지도 않았어요.
다만 세심한 터치를 통해 세련미를 높였습니다.
가로 줄무늬 대신 블랙 매시 타입으로 마감한 그릴을 감싸는 크롬 테두리를 넣어 고급차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세로로 길게 떨어지는 주간주행등은 이젠 캐딜락의 아이덴티티로 통합니다.
공기 흡입구를 감싸는 부분은 온통 유광 블랙으로 처리했고, 플라스틱 몰딩을 최소화해 험로 주행보다는 도심 속 럭셔리 SUV에 초점을 맞췄어요.
캐딜락은 전통적으로 곡선보다는 직선 디자인을 잘 사용합니다.
이런 캐딜락 디자인의 특징은 뒤쪽에서도 잘 보여요.
한껏 부풀리거나 유려한 선의 흐름을 강조하는 대신 아래쪽 철판을 살짝 접은 트렁크 모양과 배기구 등에서 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클리어 타입으로 바뀐 테일램프 속에서도 각을 발견할 수 있지요.
한쪽에는 캐딜락의 새로운 모델 분류법이 적용된 400 배지가 붙어 있어요.
배기량으로 작명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젠 토크(400Nm)를 이용해 모델을 구분합니다.
겉과 마찬가지로 실내에도 큰 변화는 없습니다.
수평을 강조한 센터페시아 디자인부터 스티어링 휠 모양, 각종 버튼류 등 이전과 같습니다.
차이점은 변속레버 아래 원형 컨트롤러가 장착된 정도입니다.
그러나 부분변경 전 모델과의 큰 차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업그레이드된 캐딜락 CUE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새로운 NFC 페어링 기술, 실내에 적용된 디스플레이 모두 HD급으로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졌어요.
이외에도 모든 트림에 파노라마 선루프를 기본 적용하고 1열 통풍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으로 편의성도 높였습니다.
실내에 사용된 소재도 XT5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 중 하나입니다.
캐딜락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컷 앤 소운’ 공법을 통해 정교한 실내를 완성했어요.
시트에는 최고급 소재 중 하나인 세미 아닐린 가죽을 적용했고, 팔걸이와 대시보드 및 도어 패널 등 손이 닿는 곳에는 전부 스티치 마감 처리를 했습니다.
또 가죽과 고급 원목, 알루미늄, 스웨이드 등 여러 소재를 겹쳐 넣었지만 조잡하거나 지저분하지 않고 고급스럽게 잘 어울리죠.
XT5의 휠베이스는 2,857㎜입니다.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길이로 2열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어요.
여기에 시트를 앞뒤로 옮길 수 있고 등받이 각도도 조절돼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2열에는 2개의 전용 USB 포트와 공조기 버튼을 마련했어요.
트렁크 용량은 기본 850L, 2열을 모두 접으면 1,784L까지 확장됩니다.
옆으로 튀어나온 불필요한 공간이 없고 2열 시트가 평평하게 접히는 풀-플랫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박도 문제없어요.
보닛을 열면 V6 3.6L 가솔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8.0kg·m를 발휘합니다.
기존과 비교해 조금 올랐지만 운전자가 느끼기에는 쉽지 않아요.
과급기를 장착한 엔진과 비교해 뛰어나지 않은 출력이지만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만의 부드러운 감각이 일품입니다.
시동을 켜고 원하는 속도까지 올리는 과정도 고급 세단을 모는 것처럼 차분하죠.
9단 자동변속기는 정확한 단수에 맞물려 동력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도심형 SUV를 추구하는 모델 특성상 박진감 넘치거나 재빠른 변속 감각을 제공하지는 않아요.
브레이크는 조금 예민한 편이어서 처음엔 적응이 조금 필요합니다.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댐핑력을 스스로 조절하는 댐핑 제어는 잔진동은 물론 과속방지턱이나 홈이 깊은 도로를 지나갈 때도 한결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흔들림을 줄여줘요.
서스펜션 세팅도 승차감을 위해 부드러운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캐딜락 XT5는 도심형 럭셔리 SUV로 여유로운 가속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운전 재미나 역동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지만 차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생각하면 단점으로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캐딜락이 보여주고자 하는 ‘아메리칸 럭셔리’에 알맞습니다.
외적인 요소보다는 내실을 다진 캐딜락 XT5가 치열한 전투를 펼치는 중형 SUV 시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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