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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미했던 마지막 후륜구동 중형차, 대우 프린스
작성일 : 2022-10-13 조회수 4857

1980년대 자동차 시장에서는 기존의 후륜구동(FR)을 대신하는 전륜구동(FF) 자동차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형차로부터 시작된 바람은 중형차를 거쳐 대형차까지 번지고 있었죠. 

1980년대에 개발된 현대 쏘나타(Y2, 1988년)나 기아 콩코드(1987년) 역시 이런 바람을 타고 전륜구동 중형차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대우차의 핵심 중형차였던 프린스는 꿋꿋하게 후륜구동을 고집했습니다. 

오늘은 국내 최후의 후륜구동 중형 세단, 프린스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대우 프린스 [출처: 대우자동차]


① 신진, 새한을 거쳐 대우로


대우 프린스의 역사를 이야기하려면 대우자동차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대우자동차의 전신인 신진자동차는 1955년 폐차를 재생한 버스를 만들며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고, 

이후 새나라 자동차 인천공장(현 부평공장)을 인수하고 토요타와 기술 제휴를 맺어 

1966년부터 코로나, 크라운, 퍼블리카 등의 토요타 승용차를 생산하면서 급성장했습니다. 


신진 크라운의 모습 [출처: 신진자동차]


하지만 신진자동차의 전성기는 짧았습니다.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대한민국 및 대만과 거래하는 회사와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공표하자 

중국 진출을 노리던 토요타는 신진자동차와의 협력관계를 청산했거든요. 

믿었던 토요타의 배신으로 신진자동차는 순식간에 제휴선은 물론 생산 차종까지 모두 잃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진자동차는 자체적인 자동차 생산 능력이 없었거든요. 


 대1972년 GM코리아가 선보인 레코드 1900과 시보레 1700 [출처: GM코리아]


이후 신진은 1972년 GM과 협약을 맺어 50:50 공동 출자로 제너럴모터스코리아자동차(GMK, GM코리아)를 설립하고

GM의 자동차들을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했죠. 우선 GM의 호주 계열사 홀덴에서 들여온 시보레 1700과 

유럽GM 오펠의 레코드 1900을 들여와 국내 판매를 시작했고, 이후 1975년에는 고급 중형차 레코드 로얄을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1976년 신진은 부도를 냈고 산업은행이 지분을 넘겨받아 새한자동차로 개명했죠. 

1978년에는 대우가 새한자동차의 산업은행 지분을 인수하고 GM과의 협상을 마쳐 1983년에는 회사 이름이 대우자동차로 바뀝니다. 


1975년에 선보인 레코드 1900의 고급 모델, 레코드 로얄 [출처: GM코리아


② 1980년대를 풍미한 로얄 패밀리


대우가 새한자동차를 인수한 1978년 신형 레코드 로얄이 등장하면서 1980년대를 풍미한 대우 로얄 패밀리의 막이 열렸습니다. 

레코드란 이름을 버리고 로얄 디젤, 로얄 살롱, 로얄 XQ(훗날 로얄 듀크), 로얄 프린스 등 다양한 가지치기 모델이 나왔고 

나중에는 로얄 살롱의 고급형인 로얄 살롱 슈퍼, 임페리얼까지 등장했죠. 

이들 중 1.5L 엔진을 얹은 로얄 XQ(듀크)는 저가형 중형차, 1.5~2.0L 엔진을 얹은 로얄 프린스는 주력 판매용 중형차,

 2.0L 엔진을 얹은 로얄 살롱은 고급 중형차로 각 시장을 겨냥했고 로얄 시리즈는 198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한국 중형차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 로얄 XQ(위)와 로얄 프린스 [출처: 대우자동차]


대우자동차의 로얄 시리즈(살롱, 프린스, XQ) 광고 [출처: 대우자동차]


당시 대우차의 경쟁 상대였던 현대차는 중형차로 코티나 단종 후 선보인 스텔라(1983년), 

대형차로 그라나다 단종 후 선보인 그랜저(1986년)를 내놓았는데, 

이 차들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로얄 듀크와 프린스, 살롱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랜저와 쏘나타는 당시 유행하던 전륜구동 방식의 세단이었죠. 기아가 마쓰다와의 제휴로 내놓은 중형 세단 콩코드(1987년) 역시 전륜구동이었습니다. 

그러자 1970년대 말 오펠 레코드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했던 대우 로얄 시리즈는 순식간에 구형 세단이 되는가 싶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로얄 듀크(위)와 수퍼 살롱 [출처: 대우자동차]


③ 새로운 모습의 중형차, 대우 프린스


이런 상황에서 대우차는 1987년 로얄 시리즈의 앞뒤 모습을 현대적으로 개량한 데 이어 1991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중형차를 내놓았습니다. 

이때 차명에서 로얄을 떼고 인지도가 높았던 ‘프린스’를 단독 차명으로 사용한 대우 프린스를 1991년에 내놓은 것이죠. 

프린스는 전작이었던 로얄의 크고 묵직한 느낌 대신 현대적이면서 날렵한 모습의 디자인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신형 프린스와 함께 나온 수퍼살롱 브로엄(1991년) 역시 새로운 모습으로 로얄 살롱의 뒤를 이었습니다. 다만 이 차들도 플랫폼은 로얄 시절 그대로였습니다.


1991년에 선보인 대우 프린스 [출처: 대우자동차]


프린스는 1970년대 후반 로얄 시리즈부터 사용해온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겉모습과 실내는 당시 현대나 기아의 중형차와 경쟁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후륜구동인 탓에 실내 공간은 경쟁차 대비 열세였지만 후륜구동 기반의 묵직한 핸들링과 

듬직한 차체 강성은 현대나 기아차와는 또 다른 프린스와 브로엄만의 개성으로 통했습니다. 


대우 프린스 [출처: 대우자동차]


1991년에 나온 프린스의 길이×너비×높이는 4,802×1,720×1,417㎜, 휠베이스는 2,670㎜였습니다. 

엔진은 1.9L와 2.0L의 두 가지가 있었죠. 1.9L 엔진은 로얄 프린스에서 사용하던 EFI(전자제어 연료 분사) 엔진이었습니다. 

2.0L 엔진은 MPFI(다중 연료 분사) 엔진이라는 점이 달랐죠. 

이후 1992년에 1.8L MPFI 엔진이 추가되면서 1.9L EFI 엔진이 사라졌습니다. 변속기는 5단 수동 또는 4단 자동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④ 동급 유일의 후륜구동 중형 세단


대우 프린스의 수출형 카탈로그 [출처: 대우자동차]


프린스는 당시 동급 유일의 후륜구동 중형 세단이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오펠에서 가져온 섀시와 엔진 덕분이었을까요? 고속에서는 묵직하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반면 차가 무겁고 기어비가 길어서 저속에서는 상대적으로 굼뜨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연비나 실내 공간 면에서도 경쟁차 대비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후륜구동 특유의 중후한 승차감을 내세우며 나름의 자기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유일한 후륜구동 중형차였으니까요.


1990년에 선보인 대우차의 첫 고유모델 FF 중형차, 에스페로 [출처: 대우자동차]


그런데 대우차는 주력 중형차에 왜 이렇게 후륜구동의 구형 플랫폼을 고집했던 걸까요? 

사실은 대우차에도 쏘나타, 콩코드에 대적할 만한 전륜구동 중형차가 있었습니다. 

1990년에 대우차의 첫 독자 모델로 나온 중형 세단 에스페로죠. 

그런데 에스페로는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의 디자인을 도입하면서 차체 크기가 유럽형 중형차에 가까워 

덩치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중형차 시장에서는 포지션이 다소 애매했습니다. 

특히 1991년 1.5L DOHC 엔진을 추가하면서 에스페로는 졸지에 1990년에 나온 현대 엘란트라, 기아 캐피탈(1989년)과 함께 준중형차로 여겨졌습니다..


⑤ 에스페로, 프린스, 수퍼살롱 브로엄의 3각 체제

 

프린스의 형제차로 고급차 시장을 공략했던 브로엄 [출처: 대우자동차]


대우차는 현대적인 중형차였던 에스페로와 전통적인 프린스, 프린스의 형제차로 

요즘으로 따지면 준대형차 시장을 노렸던 수퍼살롱 브로엄의 3각 체제로 중형차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다만 수퍼살롱 브로엄(나중에 브로엄으로 차명 통일)은 현대 그랜저(1986년)나 뉴 그랜저(1992년), 

기아 포텐샤(1992년) 같은 고급차와는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우차는 혼다의 구형 레전드를 들여와 1994년 아카디아라는 이름으로 판매했습니다. 

6기통 3.2L 엔진을 얹었던 아카디아는 순식간에 국내 최대 배기량의 고급 세단이 되었고, 

이를 의식한 현대차는 뉴 그랜저 3.5(1994년)와 다이너스티(1996년)를, 

기아차는 포텐샤 윗급의 엔터프라이즈(1997년)를 내놓으면서 대형차 시장에서도 3파전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대우 뉴 프린스 [출처: 대우자동차]


프린스는 1996년 1월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뉴 프린스로 거듭났습니다. 

전면부는 기존 프린스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테일램프의 모양을 

기함인 아카디아와 비슷하게 바꾸면서 번호판을 뒤 범퍼에 달아 전작과의 디자인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실내도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모양을 바꿔 조금 더 현대적인 느낌을 살렸습니다. 

하지만 뉴 프린스 역시 현대 쏘나타2(1993년), 쏘나타3(1996년) 및 기아 크레도스(1995년)을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대우 레간자 [출처: 대우자동차]


⑥ 후속 모델 레간자에게 바통을 넘기다


뉴 프린스는 2년이 채 판매되지 못하고 1997년 7월 후속 모델인 레간자에게 대우 중형차의 자리를 넘겨줬습니다. 

새로운 전륜구동 중형 세단 레간자를 내놓은 후에도 대우차는 한동안 후륜구동 모델인 프린스와 브로엄을 계속 생산했으나 

1999년 대우차가 어려워지면서 드디어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릅니다. 

이로써 로얄 시리즈부터 20년 가까이 이어온 후륜구동 대우차의 시대 역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KB차차차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우 프린스 매물 사진 [출처: KB차차차]


전륜구동 세단의 시대에도 후륜구동을 억척스럽게 고수했던 프린스와 형제차 브로엄! 

대형차였던 쌍용 체어맨 외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후륜구동 세단은 2009년 2세대 에쿠스가 나오면서 다시 부활했으며, 

이후 제네시스 DH(2013년), 제네시스 G80(2016년), G70(2017년) 등이 나오면서 제법 후륜구동 국산차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형 세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가 되었습니다. 

20년 가까이 대우차의 대표 중형 세단이자 국내 중형차로는 마지막까지 후륜구동을 고수했던 프린스는 놀랍게도 KB차차차를 검색하면 몇 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직 현역으로 달리는 프린스의 모습을 보시면서 잠시나마 옛 추억을 떠올려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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