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원피스>의 첫 장면을 보면 로저 해적단의 선장이자 해적왕이라 불리는 골 D. 로저가 처형 직전 자신의 부와 명예를 원하는 자들에게 ‘이 세상 전부를 거기에 두고 왔다’고 말하자 ‘대(大)해적 시대’의 문이 열립니다.
전기차 시장도 이 만화와 비슷해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모델 S를 출시하며 ‘대(大)전기차 시대’의 불을 지폈어요.
물론 최초의 양산 전기차는 1884년 토마스 파커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벌써 140년 가까이 됐어요.
세계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인 벤츠 1호차(페이턴트 모터바겐, 1886년)보다 더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 효율성 등 많은 약점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에 밀렸어요.
그리고 20세기 말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기차 상용화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왔고, GM EV1(1996~1999)을 시작으로 다양한 양산 전기차가 다시 나왔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전기차의 약점으로 지목된 배터리, 충전, 주행거리 등에서 큰 발전을 이뤘고, ‘신생 업체’ 테슬라가 지핀 불씨 덕에 흐름을 지켜보던 전통의 강호들도 전기차 전쟁에 참전하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어요.
수소전기차인 넥쏘와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등을 선보이며 기반을 다졌고, 지난 2월 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한 아이오닉 5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맞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첫 모델입니다.
아이오닉은 처음엔 모델명이었어요.
그러나 제네시스(BH, 2008~2013)처럼 차명으로 시작해 전기차 브랜드로 발전했죠.
아이오닉 5는 브랜드가 지향하는 ‘전동화 경험의 진보’를 담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 발맞춘 친환경 자동차로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죠.
아이오닉 5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넓은 실내, 환경을 고려한 소재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을 갖췄습니다.
또 초급속 충전 시스템과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등 기존 전기차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기능도 챙겼어요.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디자인이 포니로 시작된 자사의 도전정신을 표현한다고 말합니다.
1967년 설립해 해외 자동차의 라이선스 생산만 하던 현대자동차가 1974년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로 한 단계 도약했듯이 아이오닉 5 역시 전기차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아이오닉 5 디자인의 핵심은 파라메트릭 픽셀입니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했어요.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휠과 충전구 등에 적용된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으로 단순하지만 과거와 미래를 잇는 듯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포니를 닮은 옆모습을 보면 앞뒤 바퀴 사이가 넓을 것을 볼 수 있어요.
휠베이스가 무려 3,000mm에 달하는데요.
아이오닉 5의 길이가 4,635mm인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긴 수치입니다.
이렇게 긴 휠베이스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전기차의 특성 때문이에요.
엔진, 변속기 등이 필요 없는 전기차는 배터리를 바닥에 크고 평평하게 배치해야 하는데, 배터리 용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휠베이스를 길게 뽑아낼 수밖에 없죠.
결국 긴 휠베이스 덕에 실내 공간 활용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좌우로 가늘고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는 앞모습에서부터 이어진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며 통일성을 보여줍니다.
또 거울 대신 카메라로 사이드미러를 대신하는 디지털 사이드미러와 도어 손잡이가 자동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오토 플러시 아웃사이드 핸들 덕분에 공기역학적인 이점은 물론 첨단 이미지도 갖췄어요.
실내는 단순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입니다.
과거에는 첨단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시각적으로 화려함을 추구했지만 요즘은 오히려 절제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구현해요.
계기판과 센터디스플레이는 하나의 틀 안에 넣어 연결되는 느낌을 주며, 아래로 단순한 모양의 송풍구와 물리 버튼으로 구성한 인포테인먼트 조작부와 터치 방식의 공조기를 배치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로 선을 많이 사용해 실제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도 챙겼어요.
아이오닉 5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바탕으로 합니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해 차 바닥이 솟은 곳 없이 평평하고 센터 콘솔 대신 뒤로 움직이는 ‘유니버설 아일랜드(Universal Island)’를 넣어 공간 활용성을 높였어요.
무선 충전 시스템과 수납공간으로 이뤄진 유니버설 아일랜드는 뒤로 140mm 움직일 수 있어 2열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1열 시트는 등받이와 쿠션 각도를 조절해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릴렉션 컴포트 시트(다리 받침대 포함)가 적용됐고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2열 전동 슬라이딩 시트는 앞쪽으로 최대 135mm 움직일 수 있어 더욱 안락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1열과 2열 시트는 모두 전기차 전용 슬림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해 30% 얇아 실내 거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에요.
아이오닉 5는 실내에 친환경 및 재활용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도어 트림과 도어 스위치, 크래시 패드에는 유채꽃, 옥수수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바이오 오일 성분이 사용된 페인트를, 시트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성분을 활용해 만든 원사로 제작됐어요.
또 시트와 암레스트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원사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오닉 5는 58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 스탠더드와 72.6kWh 용량의 롱레인지 모델로 구성됩니다.
모델별로 뒷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지원하며 롱레인지 뒷바퀴굴림 모델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410~430km(현대차 측정 기준)이에요.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18분 만에 0~80% 충전할 수 있고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 주행이 가능합니다.
아이오닉 5는 뒷바퀴굴림이 기본으로 뒷바퀴에 탑재되는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218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힘을 발휘합니다.
네바퀴굴림 모델은 앞바퀴에 전기모터가 하나 더 추가돼 최고출력 306마력, 최대토크 61.7kg·m의 높은 출력을 낼 수 있어요.
전기모터에 동력을 제공하는 배터리는 400V와 800V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이 적용됐습니다.
또 차량 외부로 220V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으로 아웃도어 활동 시 외부에서도 가전제품이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최대 3.6kW 소비전력을 제공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캡슐 커피머신 3대를 동시에 사용해도 남는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현대는 내연기관의 파생형 전기차를 내놓았지만 아이오닉 5를 통해 이젠 본격적인 전용 플랫폼의 전기차를 계속 선보일 예정입니다.
아이오닉 5 이후 아이오닉 6(세단), 아이오닉 7(SUV)까지 계획되어 있지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그 이후로도 순탄하게 흘러가듯 아이오닉 5는 앞으로 나올 현대 전기차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사전계약 첫날 국내 사전계약 대수 신기록을 세우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아이오닉 5.
앞으로 얼마만큼의 활약을 펼칠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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