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동화에 소극적이던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제는 앞다투어 전동화 모델을 선보이고 있죠.
전동화는 다양한 이점이 있습니다.
내연기관과 비교해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고 환경 오염도 크게 줄일 수 있죠.
게다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자동차도 부활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습니다.
허머는 미군의 군용차 험비의 민수용 버전으로 지난 1992년에 처음 선보였습니다.
거대한 덩치에서 풍기는 마초적인 매력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은 모델이죠.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연료 효율과 불편한 승차감, 크기에 비해 좁은 실내 등 여러 이유로 판매량이 저조했습니다.
결국 지난 2010년 H3(3세대)를 끝으로 단종됐어요.
그러나 지난해 10월 GMC(GM 산하 브랜드)는 전기모터를 얹은 허머 EV를 선보이며 부활의 서막을 올렸습니다.
GMC가 공개한 허머 EV는 세 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1,000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자랑하는 슈퍼 픽업트럭입니다.
전기차로 다시 태어난 허머 EV는 과거 ‘기름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지우면서 성능과 친환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리고 얼마 전 허머 EV의 SUV 모델을 선보이며 허머의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습니다.
허머 EV SUV의 겉모습은 허머 EV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과거 모델의 특징인 원형 헤드램프와 수직 그릴은 없지만 특유의 직사각형 틀을 유지하면서 ‘H’자를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허머 레터링을 적용한 그릴을 한데 엮어 친환경으로 거듭난 허머 EV만의 얼굴을 완성했어요.
헤드램프와 그릴 아래에는 비스듬한 스키드 플레이트와 견인 고리 두 개를 달아 과거부터 이어온 허머의 특징도 갖췄습니다.
허머 EV가 기다란 짐칸을 가졌다면 허머 EV SUV는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기존의 기다란 짐칸의 길이를 조금 줄이면서 트렁크로 바꿨고 바깥에는 커다란 스페어타이어를 달아 우리에게 익숙한 과거 허머의 모습을 만들어냈어요.
그 외에 볼륨감을 강조한 앞뒤 펜더와 거대한 휠하우스를 채우는 큼지막한 오프로드 타이어, 세로형 테일램프 등 대부분의 모습은 픽업트럭 모델에서 봤던 그것과 같습니다.
실내는 허머 EV와 같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최신 트렌드가 공존한 모습이죠.
부드러운 곡선보다는 직선을 많이 사용해 투박하면서 덩어리 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큼지막한 디지털 계기판과 그보다 약간 더 큰 센터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는 등 최신 트렌드도 잊지 않았어요.
다만 물리 버튼을 최소화하는 요즘 차들과 달리 공조 장치와 비상등, 스티어링 휠 열선 등 일부 기능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허머라는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터치보다는 물리적인 방식이 좀 더 어울리네요.
2열 좌석은 등받이가 곧추서 있던 허머 EV와 달리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폴딩 기능을 지원해 필요에 따라 적재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넉넉한 레그룸은 기본이며 허머 EV에서 호평을 받았던 인피니티 루프도 그대로 적용해 기분에 따라 지붕을 열고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죠.
허머 EV와 마찬가지로 떼어낸 지붕은 앞 트렁크에 보관할 수 있습니다.
허머 EV SUV는 세 개의 전기모터를 달아 최고출력 830마력, 최대토크 1,589.9kg·m를 발휘합니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3.5초(GM 측정치 기준)로 슈퍼카 못지않은 성능을 보여줘요.
아마 최대토크를 보고 표기가 잘못되었나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번 허머 EV 관련 포스트(20년 11월 10일 발행)에서 알려드렸다시피 GMC가 발표한 최대토크 수치는 트럭 기어비의 토크 증폭 효과를 이용한 계산 방식으로 실제로는 10분의 1 수준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해요.
물론 10%라고 해도 100kg·m가 넘는 엄청난 토크를 자랑합니다.
허머 EV SUV는 픽업트럭 모델과 마찬가지로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험로 주행 능력을 보여줍니다.
앞바퀴와 뒷바퀴의 조향 각도를 같게 해 대각선 주행이 가능한 크랩워크는 물론 11m가 채 되지 않는 회전반경,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 카메라로 차량 주위와 하부까지 보여주는 울트라 비전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어요.
또 GM이 자랑하는 자율주행 시스템인 슈퍼 크루즈도 탑재해 온·오프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SUV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머 EV SUV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면서도 친환경과 고성능까지 두루 갖춘 매력적인 전기 SUV입니다.
허머 EV와 마찬가지로 사전예약을 진행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판매가 완료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요즘,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한 매력적인 전기 SUV임은 분명합니다.
국내 출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많은 매력을 가진 허머 EV SUV를 꼭 한국 도로에서도 만나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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