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는 과거 ‘아빠차’, ‘우리 집 차’ 등으로 불리며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로 통했습니다.
국산 중형 세단의 최강자이자 가장 많이 팔리는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합니다.
세단 수요의 상당 부분이 SUV로 옮겨 가고, 한때 ‘잘 사는 집’의 상징이었던 그랜저가 이제 매달 1만여 대 안팎으로 팔리며 쏘나타가 갖고 있던 국민차의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지요.
쏘나타는 8세대로 넘어오면서 파격적인 변화로 쇄신을 꿈꿨지만, 위로는 그랜저에 치이고 아래로는 아반떼에 치이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가여워 보였는지 현대차는 쏘나타에 새로운 엔진과 고성능 배지를 달아주며 역대 가장 빠른 쏘나타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서킷에서 경험해보니 생각만큼 강렬하진 않았어요.
쏘나타 N 라인은 벨로스터 N 이후 현대차가 선보이는 고성능 라인업에 속합니다.
그런데 N과 N 라인의 차이점은 조금 애매해요.
코나 N 라인은 일반 가솔린 모델과 같은 출력의 엔진을 사용하지만, 쏘나타 N 라인은 기존 모델보다 강력한 신형 2.5L 가솔린 터보를 얹었습니다.
가령 BMW의 M과 M 퍼포먼스, 아우디의 S와 RS만큼 경계가 뚜렷했으면 이해하기 쉬웠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빠른 쏘나타를 지향하면서 N이 아닌 N 라인으로 나온 점은 추후 나올 ‘진짜’ 고성능 모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안쓰러운 쏘나타를 위해 기를 살려준 것인지 애매합니다.
쏘나타 N 라인의 생김새는 1.6 가솔린 터보 모델인 센슈어스와 비슷합니다.
N 라인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형태가 조금 변한 공기 흡입구, 19인치 휠, 듀얼 트윈 팁 배기구 정도가 달라요.
쏘나타 N 라인을 서킷에 올리기 전 런치 컨트롤 기능을 사용해봤습니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선 트랙션 컨트롤 기능이 꺼지고 휠 스핀을 일으키며 무섭게 속도를 올려요.
290마력이라는 수치가 실제 몸으로 와닿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속할 때 앞바퀴굴림 모델에서 느낄 수 있는 토크 스티어(급가속 시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290마력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어요.
쏘나타 N 라인은 잘 나가는 만큼 잘 서요.
제동할 때 머리가 고꾸라지는 노즈 다이브 현상도 잘 억제하며 앞뒤 고른 제동력을 끌어냅니다.
앞서 쏘나타 N 라인의 성격이 모호하다고 했지만 잘 만든 스포츠 세단임은 분명합니다.
플랫폼을 바꾸면서 무게중심을 낮췄고 섀시 완성도를 높였어요.
또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세팅은 뛰어난 가속 성능만큼이나 돋보입니다.
과거 터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쏘나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성능 세단이죠.
쏘나타 N 라인은 센슈어스와 다르게 모노튜브 쇼크업소버를 장착했습니다.
일명 ‘단통식’으로 불리는 모노튜브 쇼크업소버는 한 개의 통 안에 기름을 가득 채운 오일 부분과 고압 질소가스를 채운 리저버실을 달아 가스와 오일이 혼합되지 않는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감쇠력을 조절해요.
모노튜브의 효과는 엉덩이로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요철이나 방지턱을 지날 때 자세를 추스르는 동작이 깔끔하죠.
댐퍼의 상하 움직임이 짧고 단단하지만, 승차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빠지진 않습니다.
쏘나타 N 라인은 스포츠 세단으로서 장점도 명확하지만 단점도 뚜렷합니다.
먼저 시트 포지션이 다소 높아요. 8세대 쏘나타는 지붕이 낮고 시트 포지션이 높아 머리 공간이 대체로 부족합니다.
세미 버킷 시트를 장착한 N 라인도 마찬가지로 엉덩이 위치가 높아 어정쩡한 자세가 나와요.
스포츠 주행에 있어 운전 자세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됩니다.
두 번째로는 다소 민첩하지 못한 8단 DCT입니다.
벨로스터 N과 같은 자동 8단 듀얼클러치가 적용됐지만, 벨로스터 N에서 느낀 날쌘 반응은 느낄 수 없었어요.
스포츠 모드에서 패들 시프트를 사용해 조작해도 업, 다운 시프트 모두 한 박자 느립니다.
고성능이지만 쏘나타라는 이름이 가진 패밀리카의 성격 때문인지는 몰라도 조금 아쉬워요.
쏘나타 N 라인은 쏘나타 중에서는 가장 빠르고 강력한 모델입니다.
그러나 스포츠 세단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모습과 성격을 갖춰야 해요.
쏘나타 N 라인은 강력한 출력을 지녔음에도 다소 모호한 위상과 어정쩡한 시트 포지션, 한 박자 느린 변속기 등 보완해야 할 단점도 보입니다.
아반떼가 커지고 그랜저가 젊어졌듯이 쏘나타도 지금보다 강력한 무엇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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